코로나 강타한 영화계, 이제 스트리밍 전환은 ‘미래’ 아닌 ‘시급 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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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Tenet)>이 개봉 2주차 주말인 어제 국내 박스오피스 누적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혹자는 준수한 성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놀란 감독의 전작들이 그동안 개봉 첫 주에 100만 관객은 너끈하게 넘겨 왔던 걸 생각하면, 간신히 자존심은 지킨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이유에 대한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개봉 직전 코로나 19 신규 감염자 수가 치솟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탓이 컸습니다.

이러한 <테넷>의 성적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테넷>이 코로나 19로 인한 연이은 개봉 연기 행렬 속에서 극장들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의 보루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에서 지난달 28일 개봉한 X-Men 시리즈의 <뉴 뮤턴트(The New Mutants)>도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 이미 세 차례의 개봉 연기로 최초 개봉 예상일로부터 무려 3년 가까이 지나버린데다, 실제 극장 흥행을 노리기보다는 Fox가 Disney 인수 전 HBO와 체결한 계약 때문에 스트리밍으로 직행할 경우 손해가 너무 막심해서 극장 개봉을 하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신작이라고는 <테넷>이 유일하다시피하기 때문입니다.

<테넷>의 극장 관객수 및 매출액 통계

출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600만 명을 넘어서며 코로나 확산세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 미국에서도 흥행 상황은 한국과 비슷해 보이는데요. 9월 3일 개봉 이후 현재(현지시각 7일)까지 노동절 연휴 등에 힘입어 그럭저럭 2020억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 <테넷>의 성적에 대해,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Warner Bros.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으로 접근하고 있다(using the old marathon-versus-sprint approach)”며 <테넷>의 성적에 만족스럽고 앞으로 차츰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전작보다 실망스러운 수준의 흥행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현재 미국은 전국 극장 중 60~70% 가량이 영업 중이나,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의 대도시들이 아직 극장문을 열지 않고 있어 대규모 흥행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처럼 마지막 보루였던 <테넷>마저 극장가의 관객 가뭄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하면서 자연히 두 개 업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는데요. 하나는 지난 7월, 재개장을 앞두고 Universal Pictures와 신규 개봉작의 극장 단독상영 기간을 17일로 대폭 단축시키는 파격적인 계약을 발표한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이고, 다른 하나는 이달 4일, 아직 Disney+가 런칭되기 전인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뮬란(Mulan)>을 극장 개봉 없이 PVOD(Premium VOD) 형태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곧바로 공개한 Disney 입니다.

 

극장 홀드백 기간 대폭 단축, 궁지에 몰린 AMC의 파격 ‘양보’

우선 AMC의 경우, 데일리마켓워치를 통해서도 Universal Pictures와 신규 개봉작이 다른 배급창구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독점 상영 기간, 다른 말로는 극장 홀드백(Holdback) 기간을 17일로 축소하여 개봉 후 17일이 경과하면 PVOD 형태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었는데요. 비록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공개되는 형태가 편당 1회 렌탈 가격 최소 20 달러 이상 수준인 PVOD로 한정되고, 이렇게 발생한 렌탈 수익의 일부를 AMC와 배분해야한다는 단서조항이 붙기는 하지만, 이전까지 홀드백 기간이 통상 75~90일이었음을 고려하면 AMC가 매우 파격적인 수준의 양보를 한 셈입니다.

물론 AMC로서도 이 같은 조건을 처음부터 선뜻 받아들인 건 아니었습니다. 이 계약이 체결되기 약 3개월 전인 올해 4월, Universal이 <인비저블맨(The Invisible Man)>, <헌트(The Hunt)>, <엠마(Emma)> 등 개봉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최신작들을 편당 20 달러 가격에 VOD로 제공하기 시작한 데 이어, <트롤 월드 투어(Trolls World Tour)>를 극장개봉과 동시에 바로 PVOD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AMC는 Universal이 앞으로도 이 같은 PVOD 방식의 배포를 고수할 경우 앞으로 Universal의 어떤 영화도 자사 체인에서 상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PVOD 공개 후 3주만에 약 1억 달러의 렌탈 매출을 창출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Universal을 흡족하게 만든데 비해, 극장 정상화는 코로나 19의 재확산과 이에 따른 개봉 일정 연기로 계속해서 미뤄지면서 AMC는 당초의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는데요. 이 때문에 당시 외신들 사이에서는 이 계약이 코로나 19와 파산 가능성 등으로 인해 AMC의 협상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나 가능했을 뿐, 코로나 19가 종식된 이후에는 상황이 다시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개봉과 동시에 VOD로 공개되었던 <트롤 월드 투어>

출처: Universal

문제는 위의 <테넷>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극장가에 대한 코로나 19의 여파가 도저히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MC 역시 이 점을 의식하여 재개장 당일인 8월 20일, 창사 년도인 1920년의 티켓 가격에 맞춰 15 센트에 티켓을 판매하는 파격 프로모션을 발표했지만, 어디까지나 재개봉되는 구작 영화에 한정된 프로모션이다 보니 Netflix나 Disney+, HBO Max, Peacock 등 지천에 널린 스트리밍 서비스들로 집에서 편히 앉아서 볼 수 있는 구작들을 굳이 ‘15센트나’ 내고 감염 위험까지 무릅써가며 극장에서 관람할 관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효력 잃은 창구효과, 새로운 배급 전략 물색하는 스튜디오들

그러나 정작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는데, 극장에 대한 관객수요 감소가 비단 코로나 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록 초대형 글로벌 흥행작들의 주도로 박스오피스 매출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이는 관객수 증가보다는 티켓가격 상승의 영향에 가까운 현상으로, 극장 관객수 감소는 케이블과 DVD, 최근에는 VOD와 동영상 스트리밍 등 영화 관람을 위한 다른 통로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며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현상이었습니다. 스튜디오들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연간 제작편수를 줄이고, 흥행이 보장된 Marvel이나 Star Wars 등 대형 프렌차이즈들에 예산을 총 집켤시키며 그나마의 매출마저 이들 일부 시리즈들이 독식해 온 것은 익히 알려진 현상으로 로아데일리에서도 과거 인사이트 컬럼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전해드린 바 있었습니다.

미국 주요 스튜디오 별 개봉 영화 수 비교

Source: Box Office Mojo 자료를 기반으로 ROA Consulting 재가공

이와 함께 Netflix처럼 헐리웃의 통상적인 배포 공식을 과감히 깨버린 서비스들이 대 성황을 이루게 됨에 따라,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각 배포 창구 별 홀드백 기간을 둠으로써 만들어지는 창구효과(windowing effect)가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때 창구효과란 극장 개봉과 호텔이나 항공기 상영, 프리미엄 케이블 채널과 VOD, Netflix와 같은 번들형 스트리밍 서비스 등 각 창구에서 다음 후속 창구로 작품이 넘어가기까지의 시간차, 즉 홀드백 기간을 둠으로써 각기 다른 지불의사를 가진 고객들의 총 지불액을 최대화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15 달러의 지불 의사가 있는 고객에게는 대화면-고음질로 가장 빨리 관람할 수 있는 극장 개봉의 형태로, 지불의사가 5 달러 정도인 고객에게는 개봉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가정용 TV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는 VOD 대여 형태로 영화를 판매하는 것인데요. AMC가 고수해 온 극장 독점 상영기간 90일은 이 같은 창구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핵심 요소였으나, Netflix 등의 영향으로 온디맨드형 관람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행동에는 점점 맞지 않는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독점 상영기간 동안 불법 다운로드 등의 경로로 영화가 유포되며 추가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버리기 일쑤인데다, 이를 성공적으로 차단한다고 하더라도 약 3 달에 이르는 기간동안 영화가 화제성을 유지하긴 어려운 탓에 VOD에 별도의 프로모션 비용도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헐리웃은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독점 상영기간을 단축할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실제 WSJ의 경우, 2018년에 이미 Universal을 비롯해 Warner Bros., 21st Century Fox 등의 스튜디오들이 극장 홀드백 기간을 17일로 줄이고, 이후 30~50 달러 가격에 PVOD 형태로 영화를 후속 배포하는 대신 이렇게 발생한 렌탈 매출의 일부를 극장 체인들과 분배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AMC를 비롯한 극장 체인들과 합의에 도달하는데 실패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Universal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홀드백 기간 단축을 추구해 온 제작사 중 하나로,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인 2011년에 이미 영화 <타워 하이스트(Tower Heist)>를 극장 개봉 후 3분만에 PVOD로 공개하며 미국의 또다른 대형 극장 체인인 Cinemark로부터 보이콧을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처럼 홀드백 기간을 둘러싸고 헐리웃 스튜디오들과 극장 체인들은 오래 전부터 갈등을 해 왔으나, 극장들은 그때마다 번번히 자신들의 극장 스크린을 무기로 이들의 주장을 묵살해 왔는데요. 최근 수년간 이어져 온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부상에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건까지 겹쳐지며 ‘권력의 추’가 극장으로부터 스튜디오들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지게 된 것입니다.

 

박스오피스 최강자 Disney마저 PVOD로 신작 공개  

이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WSJ가 극장 독점상영기간 단축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한 스튜디오들의 목록에서 Disney가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WSJ는 당시 Disney가 논의 과정에서 처음부터 부재했을 뿐 아니라, 독점상영기간 단축을 적극 지지했던 21st Century Fox 또한 Disney와의 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후 논의에서 빠지게 되면서 스튜디오들의 이 같은 단축 노력 자체가 크게 힘을 잃었다고 전한 바 있는데요. Disney가 이처럼 동료 스튜디오들과는 달리 독점상영기간 유지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최근 박스오피스의 대형 프렌차이즈 영화 독점 현상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Disney였기 때문입니다.

Marvel의 모기업이기도 한 Disney는 헐리웃 스튜디오들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연당 개봉 영화 편수를 줄이고, 이렇게 아낀 예산을 소수의 보장된 흥행 시리즈 후속작에 집중시킴으로써 고예산 프렌차이즈 영화 중심의 박스오피스 트렌드를 형성해 온 장본인인데요. 이 같은 전략의 성공으로 Disney는 지난해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라이온 킹(The Lion King)>, <토이 스토리 4(Toy Story 4)>, <알라딘(Aladdin)>, <겨울왕국 2(Frozen 2)>,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타이워커(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등을 줄줄이 메가히트 시키면서 역대 스튜디오 중 사상 최초로 글로벌 박스오피스 연매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상기 AMC- Universal 딜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만 해도 Variety는 LightShed의 미디어 애널리스트인 Rich Greenfield를 인용해 이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분수령(watershed)”으로 평가하며, Warner Bros., Paramount, Sony, Lionsgate 등이 향후 AMC와 유사한 딜을 체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Disney만은 이들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 높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때문에 Disney가 지난달 2분기(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제작비 총 2억 달러에 달하는 프린세스 시리즈의 대형 기대작 <뮬란>을 Disney+를 통해서 30달러 가격의 PVOD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러한 점에서 상당히 뜻밖의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isney는 Disney+의 유료 가입자에 한해서 9월 4일 30 달러 가격에 <뮬란>을 Disney+를 통해 무제한 시청할 수 있도록 한 뒤, 세 달 뒤인 12월 4일부터 <뮬란>을 Disney+의 모든 가입자들이 추가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변경하겠다는 방침인데요. Disney의 CEO인 Bob Chapek은 이 같은 공개 방식에 대해 코로나 19로 인한 “일회성(one off)” 조치라고 밝히기는 했으나, 동시에 <뮬란>이 이를 통해 얼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지를 지켜보는 게 Disney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Disney+에서 Premier Access 형태로 공개된 <뮬란>

출처: Disney 공식 YouTube 채널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이와 유사한데요. Bernie McTernan의 시니어 애널리스트인 Rosenblatt Securities의 경우 CNN을 통해 보다 빠르게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가입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받고 영화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제공하는 Premier Access 형태로 <뮬란>을 공개한 것이 Disney에 있어 “디스럽티브한 형태의 배포(disruptive form of distribution)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Premier Access를 통해서 박스오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D2C 전환에 가속도 내는 Disney

이와 더불어 그는 또한 이 같은 실험이 다른 무엇보다도 “그 전까지 의문으로 남았던 부분이 있었다면, 이것이야말로 Disney가 스트리밍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사실 Disney의 그간 행보를 생각하면 이는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자체 서비스 발표 초기 기존 배급 비즈니스와 새로운 D2C 비즈니스 사이에서 다소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온 Warner Bros(Warner Media)나 Universal(NBCU)와는 달리, 서비스 런칭 전 수년에 걸쳐 Netflix에 라이센싱했던 콘텐츠를 전면 철수시키는 한편, 미국 2위 스트리밍 서비스인 Hulu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여 자사 D2C 사업부에 통합하고 인도 1위 스트리밍 서비스인 Hotstar의 운영사인 Star를 보유 중인 21st Century Fox와 메이저리그 산하 스트리밍 업체 BAMTech도 인수하는 등 D2C 전환에 있어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Dinsey의 스트리밍 관련 주요 자산

출처 로아컨설팅(심층분석 ‘절대 강자로 떠오른 Netflix를 이길 전략은?‘ 발췌)

대표적인 움직임 중 하나가 지난해 초 Disney+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Disney Vault 프로그램을 중지한 것인데요. 여기서 Disney Vault란, Disney가 고전 영화의 새로운 버전을 개봉하면 해당 영화의 이전 버전을 특정 기간 동안 스트리밍이나 VOD로 시청할 수 없도록 Vault(금고)에 넣어두는 것으로, Disney는 두터운 팬층을 가진 자사 프렌차이즈 영화 및 고전 영화들을 Vault에 놓아두고 재개봉이나 고가의 DVD/Blu-ray 컬렉션을 통해서만 이들 고전들을 시청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극장 수요 및 DVD/Blu-ray 수요를 높게 유지해 왔습니다. 이같은 Vault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고전 영화들을 Disney+을 통해서 공개한다는 것은 콘텐츠의 독점 배급 창구를 극장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한다는 의미로, Disney 배급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하는 것입니다.

물론 박스오피스 최강자인 Disney에게 극장개봉은 여전히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이고, Disney의 흥행작 대부분이 극장에서만 구현 가능한 대화면 스펙타클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Disney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프렌차이즈 영화들을 지금 당장 번들형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개하고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전부터 Disney의 무게 추가 극장배급에서 D2C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한 극장수요 감소와 스트리밍 수요의 증가라는 현 상황이 겹쳐지며 D2C로의 이양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는 양상입니다. 실제 Disney의 Chapek CEO는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고객 행동의 빠른 변화를 고려했을 때, 고객과의 다이렉트한 관계를 강화하는 게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이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Disney가 이처럼 D2C 전략을 가속화하게 된 데에는 또한 Disney+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8월 4일 기준 Disney+의 유료 가입자수는 6,050만 명으로 Disney 측은 이를 공개하며 “초기 예상치보다 훨씬 뛰어난 결과”라고 자평했습니다. Disney는 Disney+ 출시 당시 회계연도 2024년까지 가입자 수 6,000만~9,000만 명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는데요. Disney는 해당 목표치의 하한선에 해당하는 가입자 6,000만 명 마일스톤을 출시 1년도 지나지 않은 회계연도 2020년 3분기에 이미 달성한 셈으로, MacRumors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내로 당초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Disney+의 성공에 힘입어 Disney는 D2C 라인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으로, 이번 실적 발표 자리에서 Hotstar의 운영사 Star 브랜드 하에 ABC Studios, Fox Television, FX, Freeform, 20th Century Studios, Searchlight 등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인터내셔널 시장에서 런칭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Disney는 해당 서비스의 마케팅을 Disney+과 통합하여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향후 두 서비스간 번들링도 고려 중임을 시사했는데요. Disney+가 Hulu, ESPS+, Hotstar 등과의 번들링을 가입자 확대에 효과적으로 활용해 왔음을 고려하면 이 역시 눈여겨 볼 만한 부분입니다.

해당 서비스까지 성공을 거두게 될 경우, Disney의 D2C 비즈니스는 Disney의 핵심 수익원으로 도약하게 될 전망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분석기관인 Broadcast Intelligences는 올해 5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Disney+의 유료 가입자가 올해 말까지 약 8,900만 명으로 증가하며 Disney의 D2C & International 매출이 217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D2C & International 사업부는, 278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 Media Networks 매출에 이어 Disney 전체 매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부로 올라서게 되는 셈입니다.

 

마치며…

상기 사례들은 유료방송 뿐 아니라 극장계에서도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 수년간 Netflix는 극장까지 직접 리스하며 메이져 영화제들의 극장상영 조건을 충족시키고, 연 1,200만 달러의 회비를 무릅써가며 미국영화협회(MPAA)에 가입하는 등 기성 영화계 진입하기 위해 애를 써 왔는데요. 올해는 그런 Netflix의 오리지널 영화들을 홀드백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로 번번이 상영 거부하며 가장 앞장서 견제해 왔던 AMC가, 오히려 가을에 상영할 신작 확보를 위해 Netflix에 의존해야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극장계 신작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Netflix는 데이비드 핀처의 <Mank(맹크)>나 론 하워드의 <Hillbilly Elegy(힐빌리 엘레지)> 등 굵직한 오리지널 영화들의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기존 박스오피스 최대 강자였던 Disney마저 <뮬란> 성공 여하에 따라 이번에 도입한 Premier Access 모델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이전부터 Disney의 고예산 프랜차이즈들이 박스오피스를 독식하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홀드백 단축을 추진해 왔던 메이져 스튜디오들이 그 뒤를 따르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이 중 Universal의 모기업인 NBCU(Comcast)와 Warner Bros.의 모기업 Warner Media(AT&T)는 모두 각각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Peacock을 출시하고 지난달 스트리밍 서비스를 집중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 19로 인해 그동안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처럼 여겨져 온 스트리밍 전환은 당장 올해, 이번 분기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를 당면 과제로 닥쳐온 상황인데요. 최근들어 코로나 19 재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역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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