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VR 시장은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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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동안 AR/VR 시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소식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는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현실감을 부여할 수 있는 AR/VR에게는 기회 요소이기도 하지만,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거나 기업 경영 자체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점에서는 매우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시장에도 매우 혼란스러운 시그널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인 올해 10월 Google이 Daydream 플랫폼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겠다는 우울한 소식을 발표한 것과 달리, Facebook의 Oculus Quest는 1분기에만 14만 대 가량 판매되는 등 나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VR 시장에 집중하던 사업자들이 AR로의 방향 전환을 꾀하고 있는 사이, 그간 AR에만 관심을 보이던 Apple의 경우 NextVR 인수를 통해 VR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으면서 정 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도무지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본 컬럼에서는 올해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을 복기해 보면서, 과연 AR/VR 서비스의 미래 향방이 어떻게 될지, 시장의 바람대로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

 

Mixed Signal이 난무하고 있는 AR/VR 시장

1. VR 플랫폼 Daydream 지원을 종료하고 AR쪽 투자에 집중하는 Google

Google은 올해 10월 초 VR 플랫폼인 Daydream에 대한 지원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Daydream은 2016년 VR 헤드셋인 Daydream View와 함께 공개된 VR 플랫폼으로, 사실상 2017년 이후  수 년간 신규 디바이스를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왔다.

Daydream의 경우 특정 사양의 스마트폰을 전용 헤드셋에 끼워서 사용하는 방식의 스크린리스 VR(Screenless VR)로 가장 낮은 수준의 티어(tier)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VR 헤드셋 영역에서는 사실상 PC나 게임기의 연산 능력에 연동하여 사용하는 테더링 방식 기기나 단독으로 구동되는 고사양의 스탠드얼론(standalone) 방식 중심으로 시장이 자리하는 모양새이다. 삼성전자의 VR 제품인 Gear VR 역시 스크린리스 방식의 기기로 현재 지원이 중단 된 상태이다.

Google이 제공을 중단한 Daydream View 헤드셋

출처: Google

 

Google은 이제 VR보다는 AR 쪽에 더욱 비중을 싣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이미 2019년 진행한 개발자 컨퍼런스인 I/O 에서는 Pixel 스마트폰에서 Google Maps를 활용한 AR 목적지 기능이 가능해졌다는 소식과, AR 기반의 검색 기술을 공개했다는 소식을 발표하는 등 AR 관련 서비스에 상당한 진척이 있음을 알렸다.

 

2019 Google I/O에서 공개된 Google Maps AR과 AR 검색 기능

출처: Google AR&VR 사이트

 

또한 올해 7월에는 AR 글래스 스타트업인 North를 인수하면서 Google의 AR 분야 투자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Google이 인수한 North는 올해 3월부터 매각설이 도는 등 경영의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설립 당시의 법인명인 Thalmic Labs로 잘 알려져 있는 North는 모션 인식 웨어러블 기기인 Myo를 개발하기도 하였으며, Amazon이나 Intel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에게 총 2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유치하기도 했다. Google이 이번에 인수한 가격이 약 1억 8천만 달러로 알려지면서 그간의 투자 유치 금액 대비 파격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North가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 제품인 Focals는 안경과 비슷한 생김새로 문자 메시지나 길 안내, 날씨, 알람 등의 기능을 제공하였으며, 올해에는 일반 안경과 더욱 유사한 새로운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Google에 인수되면서 이러한 계획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흥미로운 부분은 Google이 이미 Google Glass를 통해 실패한 경험이 있는 안경 형태의 AR 헤드셋 시장에 또 다시 뛰어들려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B2B 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리포지셔닝한 바 있는 Google Glass의 기능 향상 차원에서 North의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2. AR 중심의 전략을 구사하던 Apple, VR 콘텐츠 업체인 NextVR 인수하며 VR에 관심

Apple이 올해 5월 NextVR 인수를 공식화 했다. NextVR은 VR 헤드셋을 통해 라이브 이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인수 규모가 약 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간 AR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Apple이 NextVR을 인수하면서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하게 나타났다. Apple이 준비해 온 AR 디바이스에서 NextVR의 VR 콘텐츠를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부터, 고품질의 AR을 제공하기에 한계를 느낀 Apple이 당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VR 쪽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해석은 The Information에 의해 제기된 설과 같이 Apple이 2022년을 목표로 AR/VR 헤드셋을 준비 중이며, 2023년에는 AR 글래스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내용일 듯 하다. The Information은 2019년 11월 Apple이 내부 임직원들에게 제품 출시 타임라인과 관련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으며, 2021년에는 개발자들을 위한 툴킷 공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즉, 제품 출시를 위한 로드맵 상에 이미 VR 기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VR 콘텐츠 분야에서 10여년 간 연구를 지속해 온 NextVR을 인수할 기회를 놓치지 않은 셈이다. NextVR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 VR을 접목시키는 것을 연구해온 기업으로, VR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일뿐 아니라 고품질 비디오 스트림을 제공하는 특허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총 40개가 넘는 기술 특허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2. 회사 매각, 정리해고 앞두고 투자 유치를 통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Magic Leap

AR 헤드셋 개발 업체인 Magic Leap은 올해 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낸 바 있다. 2018년 첫 제품 출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기업용 시장으로 판매 대상의 포커스를 변경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였으나 결국 올해 3월에는 회사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한 달 후에는 전체 인력의 절반 가량인 1천여 명의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보도되며, 실패한 스타트업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갔다. 하지만 다시 한 달 뒤인 5월 3억 5천만 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한 상황은 일단락 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고객 대상으로 포커스를 옮긴 것이 Microsoft의 엔터프라이즈용 AR 솔루션인 HoloLens와의 직접적인 경쟁이 될 수 있는 점 등 여전히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올해 나타난 일련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AR->VR, VR->AR로 각 업체들의 횡보가 각기 지그재그 왔다갔다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업의 존망 자체가 위협되고 있는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AR/VR 서비스가 각기 하드웨어 자체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개발 생태계 조성 및 콘텐츠 확보와 관련해 그 어느 것도 자리를 잡지 못한채 갈팡질팡 하고 있는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업체 내부적으로는 확고한 전략이 세워져 있는 상태이나, 외부인의 시각에서 보기에 방향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각 업체들이 구사하고 있는 전략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AR과 VR이 가지는 기본적 특성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장 굵직하게는 시장성에 대한 요소와 구현을 위한 난이도를 따져보고 각 플레이어가 현재 어느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파악함으로써 이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AR/VR 기기의 구현난이도와 출시 시기 비교

출처: 로아컨설팅

– 스크린리스 VR(Screenless VR): 난이도 측면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시장성 역시도 가장 낮은 영역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음 (Google의 Daydream View나 Samsung의 Gear VR)

– 스탠드얼론 VR(Standalone VR): 난이도 혹은 기술의 실현가능성(Feasibility) 측면에서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영역. 다만 시장성을 놓고 볼 때 게임 영역에서의 활용 등 니치(Niche)마켓을 형성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임 (Oculus)

– 모바일 AR(Mobile AR): 난이도가 가장 낮은 영역 중 하나. 다양한 활용 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지는데 기여하고 있는 영역 (Google Maps VR 기능 혹은 Niantic의 AR 게임 등)

– 테더드 AR(Tethered AR): 별도의 컴퓨팅 팩을 통해 컴퓨팅 파워를 공급받는 형태의 헤드셋을 의미. Magic Leap의 제품이 대표적 예시

– 스탠드얼론 AR (Standalone AR 헤드셋 형태): 궁극적으로는 글래스 형태의 스탠드얼론 AR 기기로 가기 전 단계, 기술적 요소들이 아직 완전히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성되는 기기의 형태라고 할 수 있음. 일상적인 착용이 어려운 점으로 인해, 산업용 용도로 활용되는 Microsoft Hololens 기기 등이 대표적 사례

– AR 글래스 with 스마트폰: AR 구현을 위한 컴퓨팅 파워를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형태.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보편적인 기기로 자리잡을 수 있는가’를 뜻하는 시장성 측면에서 과도기 적인 성격의 영역. Apple이 2022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코드명 N301 기기(Oculus Quest와 유사한 폼팩터로 AR/VR 혼합 경험 제공하는 기기)가 대표적 예시가 될 것으로 예상됨. 물론 현 시점에도 Nreal의 글래스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버전을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혁신이라기 보다는, 스마트폰 이전의 PDA 기기를 방불케하는 조악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타남

– 스탠드얼론 AR(Standalone AR 글래스 형태): 난이도 혹은 기술의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 컴퓨팅 파워와 해상도, 무게, 배터리 등 모든 기술적 난제가 해결된 수준. 해당 레벨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10~20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 Apple이 선글라스와 비슷한 크기와 무게로 종일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의 AR 글래스인 코드명 ‘N421’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짐

 

마치며…

사실상 이들 기기와 서비스가 보편적 기기가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데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하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경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영역에 투자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고도 할 수 있다. 글래스 방식의 스탠드얼론 AR 기기가 개발되는데 10년에서 20년까지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할지라도 그때까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다행인 점은 시장에서 몇 가지 희망적인 시그널이 발견되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의 경우에도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볼만한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크게는 리테일 영역에서의 활용도와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역에서의 활용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 측면의 기술 발전이 뒷받침되기 전까지, 소비자와 기업을 비롯한 수요 측면에서 가장 눈에띄는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어지는 영역은 바로 리테일 부문이다.

리테일 영역에서의 사례로는 Amazon이 올해 8월 공개한 Room Decorator 기능을 꼽아볼 수 있다. 실제 상품 구매 이전에 공간에 대한 Fit 등을 확인해 봐야 하는 니즈는 온라인 리테일의 발전과 함께 그 수요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Ikea 역시도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으로 모바일 AR 유즈케이스를 자사 서비스에 도입한 사업자로 꼽히기도 한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영역 역시 당분간 VR/AR의 수익 현실화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게 될 분야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Microsoft와 Facebook뿐만 아니라 Magic Leap 역시도 기업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큰 기업 뿐만 아니라 작은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영역으로 보여지는데, 일례로 올해 초1,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Talespin이라는 업체의 경우 임직원 교육용 플랫폼을 제공할 때 XR(AR+VR) 기능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손해 보험의 보험사정사들이 보험금 산정을 위해 살펴야 하는 부분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시대에서 ‘비대면 거래’ 및 ‘비대면 교육’이라는 키워드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며, AR/VR 기술이 더해질 경우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스마트폰이 불러온 것과 같은 대대적인 혁신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십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되기 전까지 시장에 등장했다 스러져 간 수 많은 PDA 기기들이 존재했던 것처럼, 현 시점에 등장하고 있는 기기와 서비스들은 혁신을 위한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필수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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